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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인간의 꿈 — 동물도 꿈을 꿀까?

by 준비하는하루 2026. 3. 30.

오늘은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꿈을 꾸는지에 대항 궁긍증에 대한 대답을 알아보려고 한다.

잠든 강아지가 발을 바르르 떨며 낑낑거린다. 고양이는 눈을 감은 채 수염을 씰룩이고, 앞발을 허공에 휘젓는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리고 곧이어 드는 궁금증. "그렇다면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이다. 동물이 꿈을 꾼다는 것은, 동물에게도 의식적 경험과 유사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신경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매달려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지금, 과학은 꽤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꿈 — 동물도 꿈을 꿀까?
반려동물과 인간의 꿈 — 동물도 꿈을 꿀까?

동물의 수면 중 행동 — 눈앞에서 벌어지는 단서들


동물이 꿈을 꾼다는 가장 직관적인 증거는 수면 중 행동이다. 개는 자다가 발을 달리듯 움직이고, 짖거나 낑낑거리고,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고양이는 수염과 귀가 움직이고, 앞발로 무언가를 잡으려는 동작을 한다. 새들은 낮에 연습했던 노래의 일부를 잠결에 읊조린다.
이런 행동들은 우연이 아니다. 수면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하나는 뇌파가 느리고 깊은 서파수면(SWS, Slow-Wave Sleep), 다른 하나는 빠른 안구 운동이 동반되는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이다. 인간에게서 꿈은 주로 렘수면 단계에 발생하는데, 동물들도 렘수면을 경험하며 이 단계에서 수면 중 행동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뇌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렘수면 중에는 뇌간에서 근육을 마비시키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달리더라도 실제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그런데 이 억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 꿈의 내용이 몸동작으로 새어 나온다. 자다가 발을 떠는 강아지는 사실 꿈속에서 무언가를 쫓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높다.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는 질환이 있다. 인간에게서는 꿈의 내용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동물에게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이 연구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동물의 렘수면을 인위적으로 조작해보기도 했는데, 뇌간의 억제 영역을 손상시킨 고양이는 잠을 자면서도 일어나 으르렁거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공격하는 행동을 보였다. 마치 꿈속의 상황을 실제로 겪는 것처럼. 이 실험은 고양이가 잠 속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도 렘수면을 경험한다. 파충류에서도 렘수면과 유사한 뇌파 패턴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며, 꿈의 기원이 인간보다 훨씬 오래된 진화적 산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문어에게서도 피부색이 빠르게 변하며 눈이 움직이는 렘수면 유사 단계가 발견됐다. 문어가 꿈속에서 먹잇감을 쫓으며 위장색을 바꾸는 것일까. 아직 확신하기 이르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뇌과학이 밝혀낸 것들 — 해마, 기억, 그리고 재생


동물의 꿈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는 뇌 내부에서 나왔다. 2001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매튜 윌슨(Matthew Wilson)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이 분야의 이정표로 꼽힌다.
연구팀은 쥐가 미로를 달리는 동안 해마(hippocampus)의 특정 신경세포들이 순서대로 활성화되는 패턴을 기록했다. 해마는 기억의 형성과 공간 탐색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쥐가 잠든 렘수면 단계에서, 낮에 미로를 달리던 중 활성화됐던 바로 그 신경세포들이 동일한 순서로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단순히 비슷한 패턴이 아니라, 어느 지점을 달렸는지까지 역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재현이었다.
이것은 쥐가 잠을 자는 동안 낮에 경험한 미로 달리기를 다시 '재생'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쥐가 꿈속에서 낮의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우리가 잠들기 전 낮의 사건을 떠올리듯, 쥐도 잠 속에서 그날의 달리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꿈이 단순한 뇌의 잡음이 아니라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 과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낮에 획득한 정보와 경험을 수면 중에 재처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 이것이 꿈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인간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 유사한 연구들이 다른 동물로도 확장됐다. 얼룩말 핀치(zebra finch)라는 새는 낮에 배운 노래의 신경 패턴을 수면 중에 재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새는 자면서 말 그대로 노래를 '연습'하는 셈이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뇌 안에서 노래에 해당하는 신경 회로가 정확하게 재활성화된다.
이처럼 꿈은 뇌가 경험을 정리하고, 학습을 강화하고, 감정을 처리하는 능동적인 작업 시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려견이 자다가 발을 떠는 그 순간, 그는 오늘 공원에서 뛰어다니던 기억을 다시 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수면과 기억의 관계는 동물의 정서적 처리와도 연결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버트 스틱골드(Robert Stickgold) 교수는 렘수면이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을 처리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두려웠던 경험, 기뻤던 순간, 낯선 자극들이 수면 중에 재처리되면서 감정의 날이 무뎌지고 기억으로 통합된다. 트라우마를 겪은 동물에게서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어떤 꿈을 꿀까 — 상상과 과학 사이


과학이 "동물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점점 더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들은 과연 무슨 꿈을 꿀까.
아직 동물의 꿈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은 없다. 깨어난 뒤 꿈 이야기를 해줄 수 없으니까. 그러나 신경세포 활성화 패턴과 수면 중 행동을 종합하면, 꽤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디어드리 배릿(Deirdre Barrett)은 동물의 꿈이 그날의 경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는 낮에 했던 활동, 즉 산책, 공 던지기 놀이, 다른 개와의 만남을 꿈속에서 다시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는 사냥 본능과 연결된 꿈, 즉 먹잇감을 추적하거나 도약하는 장면을 꿀 가능성이 크다. 자다가 수염을 씰룩이며 발을 내뻗는 고양이의 모습이 딱 들어맞는다.
강아지는 나이에 따라 꿈의 빈도도 다르다. 강아지 시기에는 렘수면 비율이 훨씬 높고, 수면 중 행동도 더 활발하다. 이것은 어린 동물의 뇌가 폭발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처리하느라 더 많은 '재생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령견은 반대로 렘수면 비율이 줄어들고, 수면 중 움직임도 잦아든다.
흥미로운 것은 보호자와의 관계가 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의 뇌는 보호자를 가족, 혹은 무리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식한다. 낮 동안의 상호작용, 즉 같이 산책하고, 훈련하고, 쓰다듬어 주는 경험들이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것이 수면 중 재생된다면 보호자가 꿈에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려견이 자다가 갑자기 꼬리를 살짝 흔든다면, 꿈속에서 당신을 만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꿈이 항상 긍정적인 내용만은 아닐 것이다. 두려운 경험, 낯선 소음에 놀랐던 기억, 다른 동물과의 갈등이 꿈에 나타날 수도 있다. 자다가 갑자기 낑낑거리거나 떨기 시작한다면 악몽을 꾸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강제로 깨우기보다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권한다. 급작스럽게 깨어나면 방향 감각을 잃고 놀라 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이라는 현상은 뇌가 충분히 발달한 존재가 경험의 무게를 감당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살며 쌓인 기억, 감정, 감각들이 잠의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펼쳐지는 것. 그것이 인간만의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잠든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저 작은 몸이 지금 어떤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 함께 걷던 그 길, 그 냄새, 그 온기가 그 여행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