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슬픔을 인간만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잃었을 때 느끼는 공허함, 밥맛을 잃는 것, 그 자리를 자꾸 찾아가는 행동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인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은 반려동물들도 함께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슬픔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가족이나 동물 친구를 잃은 반려동물들도 분명히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이를 '애도 반응(grief response)'이라고 부른다. 이 글은 그 조용하고도 깊은 슬픔에 대한 이야기다.

반려동물이 보이는 애도의 신호들
함께 살던 존재를 잃은 뒤, 반려동물의 행동에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것은 식욕 저하다. 평소 잘 먹던 동물이 갑자기 밥그릇 앞에서 멈추거나,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소화 기능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슬픔에 잠겼을 때 밥맛을 잃는 것과 정확히 같은 생리적 메커니즘이다.
두 번째는 특정 장소를 반복적으로 찾아가는 행동이다. 죽은 개가 자주 앉던 소파 자리, 고양이가 즐겨 낮잠 자던 햇빛 드는 창가. 남겨진 반려동물은 그 자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 냄새를 맡고, 기다리고, 때로는 그 자리에 자리 잡고 눈을 감는다. 후각이 기억과 깊이 연결된 동물에게 있어 냄새는 곧 존재다. 냄새가 남아 있는 한, 그들에게 그 존재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 신호는 수면 패턴의 변화다. 평소보다 훨씬 많이 자거나, 반대로 밤새 안절부절못하고 집 안을 배회한다. 분리 불안이 심해지면서 보호자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려는 집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개들은 보호자가 잠든 사이 울음소리를 내거나 낑낑대며 밤을 보낸다.
발성의 변화도 뚜렷하다. 평소 조용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거나, 개가 이유 없이 짖고 또는 반대로 완전히 침묵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2016년 영국 고양이 보호 단체(Cats Protection)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보호자의 절반 이상이 반려묘를 잃은 뒤 남은 고양이에게서 행동 변화를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이 바로 발성의 증가와 식욕 변화였다.
동물의 애도를 과학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동물이 정말 '슬픔'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 과학계는 오랫동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감정은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과 동물행동학의 발전은 이 조심스럽던 입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동물의 뇌를 연구한 결과, 개나 고양이, 영장류, 코끼리, 까마귀 등은 인간과 동일한 변연계(limbic system)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변연계는 감정과 기억, 사회적 유대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인간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가 이 영역인데, 동물의 뇌도 사회적 상실을 경험할 때 동일한 부위에서 반응이 나타난다.
야생 동물 연구에서는 더 극적인 장면들이 관찰된다. 코끼리는 무리의 일원이 죽으면 며칠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뼈를 코로 어루만지고, 심지어 죽은 지 수년이 지난 유골을 발견해도 멈춰 서서 주의를 기울인다. 침팬지 어미는 죽은 새끼를 몇 주씩 안고 다니는 행동이 보고된다. 까마귀와 어치는 동료의 시체 주변에 모여 일종의 '집단 애도'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한다.
이런 사례들을 두고 일부 연구자들은 동물이 감정적 경험보다는 단순한 '행동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경과학자 자크 판크세프(Jaak Panksepp)는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포유류가 공포, 슬픔, 기쁨에 해당하는 기본 감정 회로를 공유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에서 사회적 분리를 경험한 쥐는 고통을 호소하는 초음파를 내뱉었고, 이 반응은 오피오이드(통증 및 슬픔 완화 물질)를 투여했을 때 감소했다. 슬픔의 신경화학적 기제가 인간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견의 경우, 보호자와의 유대는 어미와 자식 사이의 유대에 버금가는 강도로 형성된다.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인간과 개 사이의 시선 교환만으로도 양쪽 모두에서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 유대가 단순한 습관 이상임을 말해준다. 그 유대가 끊겼을 때 개가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슬픔에 빠진 반려동물,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
반려동물의 애도 반응은 대개 수 주에서 수 개월 내에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그러나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회복의 속도와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다. 동물은 예측 가능한 일상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밥을 주는 시간, 산책하는 경로, 잠자리 위치를 가능한 한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상실이라는 혼란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은 그들에게 세상이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신호가 된다.
두 번째는 충분한 신체 접촉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슬픔에 잠긴 개나 고양이를 지나치게 내버려 두는 것도, 반대로 지나치게 달래며 불안 행동을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고, 같은 공간에 있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호자의 존재 자체가 안전의 신호다.
세 번째로, 환경 자극을 늘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새로운 장난감, 짧은 외출, 가벼운 훈련 게임은 주의를 분산시키고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시킨다. 산책 중 새로운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처럼 단순한 일도 동물에게는 의미 있는 자극이 된다.
만약 2주 이상 식욕 부진, 극도의 무기력, 자해 행동, 또는 공격성이 지속된다면 수의사를 찾는 것을 권한다. 심한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면역계를 약화시켜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동물 행동 전문가나 수의 정신과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자 자신의 슬픔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감정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보호자가 오랫동안 깊은 슬픔에 잠겨 있으면 반려동물도 그 감정을 흡수한다. 함께 슬퍼하되, 함께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은 유대가 존재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유대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의 눈빛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한다. 우리가 그들의 슬픔을 알아채고 이름 붙여줄 때, 그것은 단순한 '동물 관찰'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를 진지하게 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함께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