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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기후변화 — 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가 강아지와 고양이의 건강, 기생충 감염, 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

by 준비하는하루 2026. 4. 9.

올여름은 유독 길었다. 9월이 되어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열대야가 이어졌다. 산책을 나가려다 아스팔트 온도를 손으로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강아지 발바닥이 데일 것 같아서. 이런 장면이 이제는 여름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됐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반려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뜨거운 아스팔트와 더위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은 환경과 기온의 변화가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한다. 
기온 상승, 강수 패턴의 변화,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 이 변화들은 반려동물의 몸과 일상에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생충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알레르기 시즌이 길어지고, 더위 속에서 행동 패턴이 달라진다. 기후변화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사는 동물들도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반려동물과 기후변화 — 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가 강아지와 고양이의 건강, 기생충 감염, 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
반려동물과 기후변화 — 기온 상승과 환경 변화가 강아지와 고양이의 건강, 기생충 감염, 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

더워진 지구, 달라진 몸 — 열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의 변화


기온 상승이 반려동물에게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열과 관련된 건강 문제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과 달리 체온 조절 방식이 제한적이어서 더위에 훨씬 취약하다.
개와 고양이의 체온 조절 한계
인간은 전신의 피부를 통해 땀을 배출하며 체온을 조절한다. 개는 발바닥 일부와 코의 점막을 통해서만 땀을 낼 수 있고, 주로 헐떡임(panting)을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춘다. 고양이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루밍 시 침이 증발하는 것이 체온 조절의 보조 수단이 된다. 이 메커니즘은 기온이 높고 습도까지 높은 환경에서는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한국의 여름은 기온뿐 아니라 습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헐떡임을 통한 체온 조절은 공기 중 수분이 적을수록 효과적인데, 습한 환경에서는 증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같은 온도라도 더 위험하다. 기후변화로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열사병(heatstroke)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장기에 손상이 시작되는 응급 상황이다. 초기 증상은 과도한 헐떡임, 침 흘림, 잇몸이 붉어지는 것이다. 빠르게 진행되면 구토, 비틀거림, 의식 저하로 이어지며 치료가 늦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단두종, 즉 주둥이가 짧은 프렌치 불독, 퍼그, 잉글리시 불독은 기도 구조상 헐떡임이 비효율적이어서 특히 고온 환경에 취약하다.
길어지는 더위가 만드는 만성 부담
열사병처럼 급성 위협 외에도 지속적인 더위가 만드는 만성적 건강 부담이 있다.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하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신장은 탈수 상태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장기 중 하나인데, 만성적으로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반복되면 신장 기능에 누적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노령 동물과 어린 동물은 이 부담에 더 취약하다. 체온 조절 능력이 나이와 함께 저하되기 때문에 노령 반려동물은 젊을 때와 같은 여름 루틴을 유지하다가 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심장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동물도 고온 환경에서 기존 질환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알레르기와 피부 문제의 심화
기온 상승과 함께 식물의 수분 시기가 변하고 꽃가루 시즌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의 환경성 알레르기도 악화되는 추세다. 개와 고양이의 알레르기는 인간처럼 재채기나 콧물로 주로 나타나지 않고 피부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발을 지속적으로 핥거나 얼굴을 바닥에 문지르거나, 몸을 긁어 상처가 생기는 것이 알레르기 피부염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개가 산책 후 발을 씻겨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꽃가루 시즌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이 관리가 필요한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봄에 시작된 알레르기 시즌이 가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수의 임상 현장의 경험이다.

 

기생충이 우리 동네로 왔다 — 활동 범위 넓어진 진드기와 모기, 심장사상충


기후변화가 반려동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생충과 감염병의 지형 변화다. 기온 상승으로 기생충의 생존 가능 지역이 넓어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지역과 계절에도 감염 위험이 생기고 있다.


진드기의 북상과 계절 연장
진드기는 온도에 민감한 외부 기생충이다. 기온이 77-10도 이상이 되면 활동을 시작하며, 겨울이 따뜻해질수록 활동 기간이 길어진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봄과 가을이 진드기 활성 시기였지만,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해지면서 11월, 심지어 12월까지 진드기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반대로 봄 활동 시기는 더 일찍 시작된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질환 중 반려동물에게 중요한 것은 개 바베시아증, 에를리히아증, 라임병이다. 이 중 바베시아증은 적혈구를 파괴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치료가 늦으면 빈혈과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특정 지역에서 보고됐지만, 진드기의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진드기 예방약의 사용 기간도 이에 맞춰 재고해야 한다. 많은 보호자가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끊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후가 변한 현재 상황에서는 연중 예방이 권장되는 추세다. 실제로 국내 수의 임상 현장에서도 연중 기생충 예방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고 있다.
심장사상충의 위험 지역 확대
심장사상충(Dirofilaria immitis)은 모기가 매개하는 기생충으로, 개와 고양이의 심장과 폐동맥에 기생하며 심각한 심폐 손상을 일으킨다. 예방하지 않으면 치료가 매우 어렵고 치명적일 수 있다.
심장사상충 감염의 위험은 모기의 활동 기간과 직결된다.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가 길어질수록 감염 위험 기간도 길어진다. 한국에서 모기 활동 시즌은 지난 30년 사이 약 한 달 이상 늘어났다는 기상 데이터가 있다. 예전에는 5-10월이 주요 예방 기간이었다면, 지금은 4월에서 11월, 일부 지역에서는 그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역 확대다. 전통적으로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이 낮다고 여겨졌던 북부 지역이나 고지대에서도 온난화로 모기 서식이 가능해지면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 동네는 괜찮다"는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들
기온 상승은 기존에 알려진 기생충 외에 새로운 위협도 불러오고 있다. 아열대·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질환들이 한반도에서도 보고되기 시작했다. 모래파리(sandfly)가 매개하는 리슈마니아증은 과거 한국에서는 거의 없던 질환이지만, 기온 상승과 해외 여행 동물의 유입이 맞물리면서 경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야생 동물과 반려동물의 접촉 기회도 변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와 이동 패턴이 바뀌면서 도시 근교에서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이것이 새로운 감염병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동이 달라지는 반려동물 — 생활 패턴 변화와 보호자의 대응


기후변화는 반려동물의 건강뿐 아니라 일상적인 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더위가 바꾸는 산책과 활동 패턴
개의 산책 시간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름 오전 10시 산책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대의 아스팔트 온도가 60도를 넘는 날이 흔하다. 개의 발바닥은 50도 이상의 바닥에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손등을 7초 이상 아스팔트에 댈 수 없다면 개의 산책은 위험하다는 것이 기준으로 통한다.
이에 따라 새벽 또는 늦은 밤 산책으로 시간대를 바꾸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밤 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면 새벽과 밤 산책도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 여름철 야외 활동 자체를 줄이고, 실내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체 활동을 찾아야 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개의 행동과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가 쌓이고, 그것이 실내에서의 과잉 행동, 파괴적 행동, 분리 불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내 노즈워크, 퍼즐 피더, 계단 오르내리기, 실내 트레드밀 등 대체 활동의 중요성이 여름마다 더 커지는 이유다.
계절 감각이 흔들리는 동물들
동물의 신체 리듬은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에 맞춰 조율된다. 봄이 오면 활동성이 높아지고, 겨울이 오면 활동을 줄이는 것, 털갈이 시기가 계절에 맞춰 이루어지는 것 모두 이 조율의 결과다.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이 생체 리듬이 교란되고 있다.
털갈이 패턴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봄과 가을에 집중되던 개와 고양이의 털갈이가 연중 지속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보호자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일조량과 기온의 규칙적인 변화가 털갈이의 트리거가 되는데, 계절 구분이 불명확해지면 이 신호 자체가 불규칙해진다. 털갈이의 연중화는 피부와 피모 건강 관리에 더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호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반려동물 돌봄의 핵심은 예측과 예방이다. 첫째, 기생충 예방약의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수의사와 상담해 심장사상충, 진드기, 벼룩 예방을 연중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여름철 산책 시간대와 강도를 기온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기상청의 체감온도 정보를 산책 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셋째, 수분 공급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운 계절에는 집 안 여러 곳에 물그릇을 두고 자주 교체해 신선한 물이 항상 제공되도록 한다. 넷째, 정기 건강검진 시 기후 관련 위험 요소, 즉 알레르기, 기생충, 신장 기능을 포함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후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반려동물의 삶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그 변화를 인식하고 적응하는 속도가, 함께 사는 동물의 건강과 직결된다. 더워진 지구 위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도, 이제 기후 적응의 일부다.